옛날에는 광주에 가려면 다섯 시간 넘게 좁은 버스를 타고 가야 했다는데, 이제는 KTX를 타면 두 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나는 서울의 원룸에서 지하철을 한번 갈아타서 용산역에 갔고 용산역에서 3시 20분쯤 기차를 탔고 광주송정역에는 5시가 좀 넘어서 도착했다. 광주송정역에서 다시 광주 1호선을 탔고 문화의전당역에서 내려 54번 버스를 타고 광주에 있는 집에 도착했다. 집에 오니 6시 반이었다. 가끔은 이 모든 게 너무 빠르게 진행돼서 광주에 도착해도 내가 광주에 있는 건지 서울에 있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몸은 덜 피곤하지만 오히려 노이즈가 감소해서 정신적으로 더 몽롱할 때가 있다. 광주에 가면 왜인지 더 쉬고 싶어지고 바쁘게 어딘가를 가고 싶지 않지만 옛 국군광주병원에서 전시를 한다고 해서 거기는 가봐야지 다짐했다.

나는 90년대에 광주에 태어나 성장했고 광주의 진실이 어느 정도 세상에 공개된 후의 광주에서 살았지만 동시에 부정하려는 시도들을 겪기도 했다. 나는 5.18을 직접 겪은 세대는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봐왔던 사진과 영상들, 어른들의 증언, 내가 직접 가본 공간들을 통해 느끼고 기억하고 있고 그런 점에서 집합적 기억을 지닌 일원일지도 모른다. 또한 이 사실은 옛 국군광주병원이라는 공간을 체험하는 데에 있어 다른 경험을 형성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 글이 불특정 다수에게 어떻게 전해질지 두려우면서도 이 공간을 경험한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분위기를 느꼈고 어떤 미래를 그렸는지 궁금하다. 5.18 민주화운동 특별전의 타이틀은 <볼 수 있는 것과 말할 수 있는 것 사이(Between the Seen and the Spoken)>다. 나는 이 글의 제목을 <볼 수 있는 것과 느낄 수 있는 것 사이>로 짓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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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연

광주에서 나고 자랐고 커뮤니케이션학과 문화연구를 전공했다. 여성청년들의 이주 실천과 모빌리티에 대한 연구로 석사 과정을 마쳤고, “공간주의"를 공동 개설했다. 여성주의와 글로벌리제이션, 인터아시아 연구에 관심이 있어 왔고, 서울에서 외지인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여전히) 고민 중에 있다. 아시아 음악과 드라마를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