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신지연 (2021). 서울에서 숨쉬기 (Breathing at Seoul). 이승빈·김영대·신지연 (편), 〈잡종도시서울〉(pp. 197-223). 서울: 공간주의의 일부분입니다. 글의 전문 및 인용은 해당 서지정보를 참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서울과 미세먼지

이 글에서 내가 마지막으로 다루고 싶은 것은 미세먼지에 관한 것이다. 미세먼지는 먼지 중에서도 입자크기가 매우 작은 것으로, 지름이 10㎛보다 작은 미세먼지(PM10)와 지름이 2.5㎛보다 작은 미세먼지(PM2.5)로 나뉜다. PM2.5의 경우 머리카락의 약 1/20~1/30에 불과하다. 이처럼 매우 작기 때문에 미세먼지는 폐에 침투하기도 하지만 혈관을 따라 체내에 이동할 수도 있다.

img 미세먼지 1988~2019 출처: 한겨레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던 2013년~2014년이 마치 처음으로 미세먼지가 문제시된 시기처럼 여겨지기 쉽지만, 미세먼지라는 용어는 90년대부터 널리 쓰이고 있었으며, 1995년부터 전국 측정을 시작했다.

img 서울 미세먼지(PM10)의 연평균 농도 변화 출처: 한겨레

국립환경과학원의 자료를 보면, 미세먼지는 2000년대 초반 상승을 거듭했고 오히려 2010년대에는 정체 상태에 있었다. <한겨레>(2019.2.15)의 한 기사는 이러한 정체 시기가 미세먼지에 대한 불안이 상승하던 시기와 겹쳐있다고 말하는데, 2013년 이후 미세먼지 관련 보도가 몇 배로 증가했다는 사실이 이를 일정 부분 말해준다. 2013년은 세계보건기구가 대기오염과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지정했던 해였으며, 2014년은 기상예보처럼 날마다 미세먼지 정보가 제공되기 시작하던 해였다.

미세먼지에 대한 담론이 한참 확산되던 때에는 매일 아침 날씨를 확인하듯 ‘미세미세’ 어플을 켜 미세먼지 상황을 확인했었다. 한강에 놀러가기로 한 날 미세먼지가 심하면 약속 장소를 옮기기도 하고, 친했던 중국 출신 친구는 미세먼지 이슈에 매번 중국인을 비난하는 댓글이 달리는 것을 보고 괴로움을 토로하기도 했었다. KF94 마스크를 처음 착용한 것도 미세먼지 때문이었으며, 가끔씩 피부나 두피에 갑작스레 염증이 생기는 것의 원인도 미세먼지일 수 있다는 진단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든 적 있다. 사람이야 마스크를 착용하고 실외 활동을 줄인다지만, 그렇지 않은 생물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애초에 비인간들이 미세먼지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미세먼지를 흡수한다는 ‘정화 식물’을 사들이면서도 한편 이에 대해 한 구성원은 늘어난 정화 식물에 대한 수요가 오히려 미세먼지 증가에 영향을 줄 수도 있음을 지적했다. 정화 식물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한 공장 가동과 이를 이동시키기 위한 모빌리티 사용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 우리는 자연 속 식물들이 미세먼지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는 궁금해하지 않았다. 미세먼지는 산성비를 내리게 해 토양과 물을 산성화시킬 뿐만 아니라, 식물의 잎에 부착되는 순간 잎의 기공을 막아 광합성을 저해시킨다(환경부, 2016). 동물들은 어떨까? 미세먼지 담론이 한참 들끓던 시절, 산책을 오랫동안 못 가면 스트레스를 받는 혹은 실외배변을 하는 반려견을 위해 마스크 구매를 고민하고 있다는 글을 본 적 있다. 강아지의 경우 사람과 비교해 흡입 공기량이 훨씬 많으며, 중금속의 경우 땅바닥에 깔려있어 키가 작고 땅의 냄새를 맡는 강아지들이 중금속을 더 많이 삼킬 가능성이 높다(중앙일보, 2019.3.6). 그러나 냄새를 맡으며 즐거움을 얻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강아지들에게 마스크를 씌워 산책하는 것은 그 자체로 스트레스일 수도 있다. 집에 사는 동물들은 그래도 산책을 자제한다거나 집에 공기청정기를 들이는 식으로 영향을 줄일 수 있지만, 바깥에 사는 동물들은 어느 정도의 영향을 받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미세먼지는 질병을 유발한다. 하지만 누구에게 어느 정도로 유발하는지는 충분히 이야기하지 않는다.

코로나19 이후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은 미세먼지에 대해 점점 더 관심을 잃어갔다. 애초에 팬데믹이라는 거대한 문제가 생겼을 뿐 아니라, 선택적으로 착용하던 마스크가 필수품이 되었기 때문이다. 매일 마스크를 착용하면서 오늘의 공기가 좋은지 나쁜지조차 쉽게 가늠되지 않았으며, 단지 육안이나 신체 일부의 다른 반응으로 알아차릴 뿐이었다.

img 지난 5년 간 코로나/미세먼지 트렌드 분석 출처: 구글 트렌드

img 서울 초미세먼지 및 원소탄소 농도 추이 출처: 국립환경과학원

팬데믹 이후 미세먼지에 관한 관심은 여러 이유로 줄었겠지만, 실제로 미세먼지 자체가 개선되기도 했다. 2020년에는 ‘매우 나쁨’이 단 하루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초미세먼지 나쁨 일수도 2019년 대비 20일이나 감소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이와 관련하여 네 가지 이유를 꼽았는데, (1) 국내 정책 효과 (2) 중국의 지속적인 미세먼지 개선 추세 (3) 코로나19 영향 (4) 양호한 기상조건이었다(시사인, 2021.6.8). 2019년 12월부터 겨울철 동안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을 대상으로 수도권 운행 제한을, 석탄화력발전소에도 제한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중국 337개 도시의 초미세먼지 농도도 감소했다. 그러나 내가 특별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코로나19 영향”이었다. 면밀한 분석은 이후 여러 데이터를 수집해야 가능하겠지만, 몇몇 기사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줄어든 에너지소비와 교통량이 미세먼지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추측한다. 지난 10년간 증가했던 도로 교통량은 코로나19로 감소했으며, 선박 입출항 수는 7.6%, 항공운항 편수는 43.6% 감소했다(시사인, 2021.6,8).

영향이 작진 않겠으나, 수도권의 미세먼지 원인을 이야기할 때 중국 동부의 영향에 집중되어 온 측면이 있었다. 코로나19가 미세먼지 감소에 영향을 주었을지 모른다는 것은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공장이나 발전소에서 발생할 뿐만 아니라 당장 나의 생활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캠핑에서 즐기는 바비큐, 비행기로 이동하는 여행, 불꽃축제 등도 많은 미세먼지를 발생시킨다. 특히 높은 비율의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은 이런 점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다. 생활 먼지는 서울의 많은 문제처럼 다른 지역으로 외주화시킬 수도 없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숨쉬기가 말해주는 것들

나는 이 글을 쓰면서 서울에서 숨을 쉰다는 행위에 대해, ‘공기’에 대해 인지함으로써 발생하는 효과는 무엇인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생각했다. 가장 강력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연결성’에 대한 부분이다. 호흡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신체 활동이라는 점, 빠른 속도로 타인을 내 안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매우 상호 연결적인 행위다. 동시에 이러한 점 때문에 호흡은 매우 정치적인 행위일 수밖에 없다.

가끔 광주에 사는 지인들이 서울에 오면, “서울은 사람 살 데가 못 되는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한다.(나뿐만 아니라 많은 지방러들이 종종 듣는 소리일 것이다.) 이 말에는 지나치게 밀집된 인구, 비싼 물가, 오히려 너무 많아서 복잡해 보이는 인프라뿐만 아니라 비옥(肥沃)하지 않은 환경 등에 대한 의미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서울에 살면서 숨이 막힌다는 감각을 종종 느꼈다. 정도 차이는 있어도 미세먼지와 코로나19처럼 지역에 상관없이 직면한 문제도 있었지만, 이 글은 서울에서는 숨쉬기조차 쉽지 않다는 것을 체감하면서 쓴 글이다. 인종주의와 숨쉬기를 연관시킨 아파타(Apata, 2020)는 환경적(ecological)/생물학적(biological)/사회적(social) 차원에서 공기를 논한다. 나는 극심한 미세먼지 때문에(환경적), 코로나19와 같은 질병의 문제 때문에(생물학적), 이곳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할까 봐 하는 불안 때문에(사회적), 혹은 이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질식할 것처럼 느꼈던 걸지도 모른다.

이 글은 서울에서 호흡하기가 불러일으키는 취약성을 드러내고자 한 시도다. 서울에서 호흡하기는 (모든 문제가 그렇듯이) 보편성과 특수성을 모두 지닌다. 먼저, 서울에서 호흡하기는 매우 계급적이다. 공기마저 구역화될 수 있다는 점은 보편적이면서 동시에 분할된 관리주체에 의해 발생하는 지하철 1호선의 사례와 같이 특수한 지점이 있었다. 동시에 공기는 쉽게 분리 가능하다거나 외주화하기 어렵다. 공기를 관리하려던 시도는 코로나19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에 의해 쉽게 공격받을 수 있으며, 서울과 같은 인구가 집중된 대도시에서는 배로 다루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된다. 여기서 또 한 가지 매우 중요한 사실은 호흡하기와 관련된 취약성이 인간종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세먼지가 그랬고 코로나19가 그랬듯, 동물 역시 인간만큼, 혹은 인간보다 더 악영향을 받기 쉽다. 또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경우 식물의 자생력을 어렵게 한다. 이 사실만으로도 이 문제는 충분히 잡종적이다. 앞서 나는 호흡하는 행위가 지니는 연결성에 대해 언급하였다.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여러 의미를 함축하지만, 나는 그중에서도 책임에 대해 강조하며 이 글을 마치고 싶다.



신지연

플랫폼 공간주의를 함께 기획했다. 광주에서 나고 자랐고, 어느덧 서울살이 8년 차지만 앞으로 어디에서 터를 잡고 살지 고민 중이다. 문화학을 전공했고 아시아 음악과 드라마를 좋아한다. 몸-환경의 관계, 그리고 이동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작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