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장가연 (2021). 경성시대: 부재하는 역사 위 혼란의 교차로. 이승빈·김영대·신지연 (편), 〈잡종도시서울〉(pp. 65-98). 서울: 공간주의의 일부분입니다. 글의 전문 및 인용은 해당 서지정보를 참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게다가 경성을 완벽히 재현하라고 경성시대 유행에 요구할 수 없다. 어쩌면 요구해서는 안 될지도 모른다. 이는 강한 트라우마로 해리성 기억상실을 겪은 사람에게 과거를 기억하라는 요구와 비슷하다. 서울은 복잡한 과거사를 가진 도시이며, 그 과거 또한 멀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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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집 근처에는 여관이 하나 있다. 어릴 적 가끔 해바라기 하는 멋쟁이 문인 할아버지들이 앉아 있는 곳이다. 여관이 마주한 골목 끝에는 다방이 하나 있었는데 그 다방 마담이 최고가는 부자랬다. 이중섭이 커피 값 대신에 그림을 선물했다고, 그런 가쉽이 들리는 곳이었다. 시간이 지나며 도시의 중심이 이동했고 그 구역은 쇠퇴했다. 어느날 그 여관 앞에 여기가 김상옥 생가라는 판이 하나 생겼다. 상가는 하나 둘 비더니 이제는 남아있는 곳이 더 적어졌다. 그곳이 이제 근대문화구역으로 지정되었다는 소식을 최근 듣게 되었다. 이제 도시재개발이 시작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곳에도 경성 컨셉 사진관이 들어설까?
장가연
건축과 철학을 공부했다. 건축은 훌륭한 텍스트라는 이해를 바탕으로, 가장 일상적인 공간에 대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